EVE의 에디터 ‘세상에오럴수가’ 입니다. 세상에 오럴수가 싶은 재밌고 신선한 섹스 화두나 오럴때 저럴 때 매번 달라 헷갈리는 섹스 상식들을 다룹니다.
칼럼 애독자 중 한명이에요!! 다름 아니라...
매번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시는 것 너무 공감해요...!! 근데 도무지 어떤 방식으로 대화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ㅠㅠ
아쉬웠던 걸 말하려는데 입이 안떨어지네요...
완전 INFJ내향소심성향인 저는 피드백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엉엉)
-이브레터에 날아온 질문 中
섹스에 관한 다양한 감상과 불만을 서로 터놓고 대화해야
한다고 자주 주장했지만 한 번도 그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서술해본 적이 없었다. 미안하다. 이번 칼럼은 계획과 대본이 있어야 맘이 편한 완전INFJ내향소심성향인들을
위해 섹스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에 대해 자세히 서술해보도록 하겠다.
👊STEP 1 : 속궁합은 환상이다
Illustration by @robynne.illustration
우선 상대와 내가 피드백을 나눌 자세가 되었는지 점검해보자. 섹스 관련 피드백을 나누기 어려워하는 커플을 보면 대개 한쪽이 ‘섹스 운명론자’인 경우가 많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내 그늘을 알아챈 사람이니까, 첫 만남에서 나눈 인생 영화 TOP5가 운명처럼 딱 들어맞았던 우리니까, 섹스
역시 별다른 애로사항 없이 뚝딱 들어맞아야 한다는 편견이 다소 노골적인 타입이다.
한 쪽이 이런 낭만적이고 낙관적인 기질을 갖고 있다면 섹스 중 느꼈던 아쉬움을 말하기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해야 할 말을 꾹 삼키게 되고, 또다시 그 일이 반복되어도 그저 입맛을 다시며 잠을 청할 뿐 상황이 나아지진 않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운명적인 섹스란 존재하지 않으며, 한쪽만 좋은 섹스는 잘못된
섹스다. 아닌데! 우리는 첫 섹스부터 너무 황홀했다고? 운명처럼 너무 찰떡같이 좋았다고? 그것은 성숙한 두 인간이 서로 노력하고 배려했던 것 뿐이다. (혹은 한쪽의 무한한 희생을 하며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나와 다른 완벽한 타인과의 섹스에서 어색함과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상호 솔직한 피드백과 이를 통한 노력 여부에 따라 섹스의 많은 부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인정하길 바란다.
쉽지 않겠지. 잘 안다. 섹스란 본래 변수가 많은 행위라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우리 둘이 떨리는 맘으로 만들어낸 가장 내밀하고 원초적인 결합을 상대가 불편해한다는 상황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공감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해하고 또 인정해야 한다. 섹스란 운명같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본인의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침대 위 필살기가 누구에게나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상호 인정해야 한다. 섹스는 운명이 아닌 노력이며, 오르가즘은 파트너와 함께 2인 3각으로 이뤄내는 레이스임을 잊지 말자.
🙌오럴수가 토막 섹스 TIP🙌
특히 속궁합을 들먹이며 개선의 의지 자체를 안 보이려는
사람들이 있다. (재미로 농담하듯 나누는 것과 이를 철썩같이 믿는 것은 다르다) 속궁합은 의학적으로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유사과학임을 강조하고 싶다. 으레 속궁합의 기준이라고 꼽는 ‘성기의 사이즈’와 같은 것들은 대부분 전희의 방식에 따라, 체위의 각도에 따라 얼마든지
쾌감이 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볼트와 너트같이 딱 맞는 성기의 조합은 허상이다)
굳이 두 사람의 섹스 궁합의 기준을 꼽아 보자면, 평소 섹스를 하고싶은 횟수나 빈도가 서로 얼마나 일치하는가, 섹스를 하지 않고도 서로에게 얼마나 큰 성적 흥분을 느끼는가 딱 그 정도다. (심지어 그 마저도 엄밀히 말하자면 섹스의 본질적 영역이 아닌 ‘체력’과 ‘매력’에 더 가까운 영역이다) 우리의 성기는 적용과 변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프리미엄 하드웨어임을 잊지 말자.
🕵️♂️Step 2 : 브레인 섹토밍
이제는 본격적으로 분석을
해 볼 시간이다. 어떤 상황에서 아쉬움을 느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하지 않는다면 실제 대화에서 다소
두루뭉술하고 애매모호한 피드백을 건네게 되어, 결국 개선은 없고 상대의 기분만 상하게 할 수 있다.
우선 상대와의 하루를 세밀하게 떠올려보자. 시작 지점은 섹스를 하기 전 데이트, 혹은 당일 아침부터 삼아도
무방하다. 종료 지점은 섹스 후 잠들기 직전까지다.
그 다음 감정적인 몰입을 방해했던 상황(Mood)과 육체적으로 쾌감보다는 불편함이 컸던 행위(Action)들 나눠 세밀하게 분석해보자. (엄청 좋았던 포인트를 기록해도 좋다) 예시는 아래와 같다.
Illustration by @robynne.illustration
저녁 망원동 데이트
M : 저녁
식사로 먹었던 쌍둥이네집 오겹살이 맛있긴 했지만, 옷에 고기 냄새가 너무 많이 뱄고 기름진 것을 먹어서
속이 살짝 부대꼈다. 이따 섹스할 때도 고기나 마늘 냄새가 나진 않을까 신경이 쓰였다.
A : 데이트를
하며 손을 잡을 때 애인이 간간이 팔꿈치와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긁듯이 자극하는 것이 좋았다. 오늘 밤
섹스를 떠올리게끔 하는 색다른 스킨십이었다.
전희
M : 침대에서
키스와 애무를 나누기 시작했을 때 파트너가 자꾸 장난스러운, 작위적인 신음소리를 내거나 피식하고 웃음짓는
것이 어쩐지 이 상황을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A : 유두가
아닌 가슴을 너무 아프게, 오래 애무하는 듯하다. 특히 악력을
사용하여 가슴 전체를 꽉 쥐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격적인 섹스
M : 오럴섹스를
해 주는 것만으로 너무 좋지만, 상대가 너무 감정이 없는 듯 조용히 핥고 무는 것이 어쩐지 민망할 때가
있다. / 상대의 성기에서 몰입을 방해하는 냄새가 난다.
A : 정상위에서
다리를 어깨 위로 들어 올리고 삽입하는 체위를 할 때마다 통증이 크게 느껴진다.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서 참았지만 되도록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눕는 곳이 바닥이라 뒤로 할 때 무릎이 너무 아프다.
지면이 모자라 이만 적지만, 실제로 작성을 해 본다면 이보다 더 세부적으로, 많이, 디테일하게 적어 볼 것을 권장한다. 이 과정을 통해 나온 데이터는
상대와의 피드백에서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할 수 있게끔 해 준다. 두루뭉술한 피드백은 오히려 혼란과 상처만 줄 수 있으니 내가 어떤 상황과 부분에서 불편함이나 쾌감을 느꼈는지 분석하고 기록해보길 권장한다.
👨💻Step 3 : 문제점을 정확히 분석하기
브레인 섹토밍이 끝났다면 이제 판단을 해 볼 시간이다. 도출된 내용은 상대에게 요구했을 때 개선이 가능한 영역인가? 아니면 전문 의료인의 진단이나 치료가 필요한 영역인가? ‘키스할 때는 이상한 소리를 내거나
눈을 뜨지 말아줘.’ 와 같은 피드백인가 아니면 ‘너의 생식기에서
느껴지는 징조가 심상치 않아’와 같은 피드백인가?
짐작되다시피 전자가 피드백을 주고받음을 통해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이 가능한 영역이라면, 후자는 우리가 아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영역이다. 따라서 이 둘을 잘 구별하여 피드백을 건네는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더불어 만약 전문 의료인의 진단이나 치료가 필요한 영역이라면, 섣부른 속단으로 본인의 의견을 표출하지 말고 본 문제에 대한 정보 검색을 선제적으로 진행해보자. 특히 질염, 발기부전, 부정 출혈, 조루/지루, 윤활액 부족, 성병과
같은 질환들은 본인의 추측으로 단정 지어져 상대에게 전달되어선 안 된다. 일단 증상이 현 상황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검색을 통해 검증하자. 피드백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EVE의 섹스 칼럼 역시 섹스나 성 건강 이슈에 관해 공신력
있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글로는 개인의 신체적 상황을 정확히 진단할 수 없음을 글을 읽는 이들 모두 인지해야 한다. 생식기와 섹스는 개개인별로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고 전문적인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정확한 판별을 원한다면 반드시 내원하여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자
🤼♀️Step 4 :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염려하며
내용이 심각하든 가볍든 피드백은 언제나 쉽지 않다. 그래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말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섹스에 관한 모든 피드백은 의외로 섹스 직전이나 직후에
나누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과제나 보고서를 내기 직전이나 직후에 관계자에게
피드백을 받는 상황과 마찬가지다.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
많은 부담이 들어 과몰입하거나 자기방어로 인한 분노가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따라서 개선이 가능한 영역의 피드백이라면 평화로운
주말 낮이나 섹스가 계획이 없는 주중 저녁, 서로 좋아하는 공간에서 캐주얼한 대화를 통해 나누기를 추천한다. 술을 한 잔 곁들여도 좋고 연애 전반에 관한 폭넓은 단상을 나누며 이야기를 꺼내도 좋겠다. 진지하되 심각하진 않은, 적재적소에 웃을 수 있는 가벼운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면 베스트다.
다만 의료적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진지한 톤으로 상대의 ‘건강’을
염려한다는 취지로 피드백을 건네는 것을 권장한다. 본인이 대충 짐작한 병명을 상대와의 대화에서 가볍고 직설적인 톤으로 꺼내는 것은 금물이다. ‘너랑 섹스하는데 요즘 냄새가 심해. 질염 아니야?’, ‘네가 요새 평소랑 다르게 좀 빨리 싸는 것 같아. 조루 아니야?’ 와 같은 피드백은 상대에게
상처만 줄 뿐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같은 피드백이더라도 나의 불편함을 강조하는 멘트보다는 상대의 건강과 안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화법을 사용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없는지, 요즘 컨디션이 갑자기
안 좋아진 것은 아닌지, 먹는 약물 중 부작용이 있는 것은 없는지 함께 폭넓게 알아보자는 말이 덧붙여진다면 금상첨화겠다.
완벽한 피드백의 예시는 아닐 수 있다만, 이를테면 이런 식으로 말이다.
“요즘 들어
나랑 섹스할 때 네가 평소보다 사정하는 타이밍이 더 길고 늦어지는 상황 때문에 내가 걱정이 많아. 내가
염려되어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그런 현상은 스트레스나 일상에서 큰 상처, 트라우마가 생긴 걸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 너의 건강과 안전이 너무 염려가 돼. 휴식을 취하거나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사실 피드백에 왕도는 없다. 누군가는 직설적인 대화가 편할 것이고 누군가는 두루뭉술한 은유가 편할 것이다. 다만 팩트가 아닌 것으로 마음 상할 일, 충분히 개선할 여지가 분명함에도 덮어놓고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본 칼럼을 작성했다.
본 글을 진지하게 읽고 있다는 것은 당신의 섹스
중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 미심쩍은 부분, 무미건조한
루틴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제는 용기를 내야 한다. 그
용기란 섹스를 주제로 한 대화를 낯뜨겁게 꺼내 보자는 식의 용기가 아니다. 사랑하는 이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불편함과 어색함을 감수해보겠다는 용기다.
더불어 상대가 이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은 당신과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할 계획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사해야 할 일이다. 모든 피드백은 운명 불일치나 권태기에 대한 싫증이 아닌, 우리의 사랑을 지키고 싶은 의지임을 꼭 기억하자.
요약
1. 운명적인 섹스란 존재하지 않으며, 한쪽만
좋은 섹스는 잘못된 섹스다. 상호 솔직한 피드백과 노력 여부에 따라 섹스의 많은 부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2. 감정적인 몰입을 방해했던 상황과 쾌감보다는 불편함이 컸던 애무, 체위들을
데이트와 섹스 단위로 나눠 상세하게 분석해보자.
3. 피드백 시 발기부전, 질염과 같은 단어 사용은 상대에게 공포와 수치심을 건넬 수 있으므로 정확한 의료적 판단이 서지 않는 한 용어 사용을 삼가자. 의료적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상대의 '건강'을 염려한다는 취지로 피드백을 건네보자.
4. 모든
피드백은 운명 불일치나 권태기에 대한 싫증이 아닌, 우리의 사랑을 지키고 싶은 의지임을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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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mas
콘돔 사용 후 확인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건 필수 단계인건지, 또 에디터님의 견해는 어떤지 궁금한데 다뤄주실 수 있을까요?
개인적인 경험을 비춰보건대 "난 이런거 별로 안 좋으니까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어" 보다 "난 니가 저번에 이렇게 한 게 진짜 좋았어"와 같이 과거의 긍정을 더블강조해주는 게 기분도 안 상하고 효과적으로 반영될 확률이 높습니닷!!!
"우리 섹스 전에는 오겹살 먹지 말자" (x)
"저번에 그 와인집에서 과일안주 먹고 하니까 과일밭에서 섹스하는 것 같았어" (o)